“수행자 길 걷겠다” 조계종립 고교생 4명 발심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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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7-14 09:13 조회1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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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 길 걷겠다” 조계종립 고교생 4명 발심출가
동국대, 7월 11일 소년출가자 삭발식
고등학교 재학생 출가 삭발식은 처음
불교동아리·청소년 템플 참가해 발심
“평범한 삶 싫다” “스님의 삶 살겠다”
돈관 스님 “이처럼 감동스런 날 없어”
‘출가절벽’ 한국불교에 신선한 청량제
원력 꺾이지 않도록 지원·관심 지속해야
- 입력 2025.07.11 19:22


조계종립 동국대 산하 고등학교 재학생 4명이 “출가수행자 길을 걷겠다”며 출가를 발원하고 삭발식을 가졌다. ‘출가자 절벽시대’를 맞고 있는 한국불교에서 이들의 발심출가는 신선한 ‘청량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이들은 파라미타를 중심으로 한 불교동아리 활동, 서울 홍제선원에서 진행한 청소년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것이 직접적인 출가 동기인 것으로 나타나 향후 ‘젊은’ 출가자 확대를 위해서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포교프로그램에 집중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켰다.
동국대는 7월 11일 서울 정각원에서 종립학교에 재학 중인 소년출가자(19세 미만의 남녀 출가자) 4명의 삭발식을 봉행했다. 이날 삭발식에 참여한 소년출가자는 동대부고 박성원 행자, 동대부가람고 최가현 행자, 동국대부속영석고 채민우, 박호철 행자로,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들은 최근 출가를 발원하고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상좌 박호철)을 비롯해 수덕사 정경 스님(상좌 채민우), 홍대선원 준한 스님(상좌 박성원), 소림사 정관 스님(상좌 최가현)과 사제의 연을 맺었다.

삭발식에는 이들의 은사를 비롯해 동국대 정각원장 제정 스님과 동국대 학인스님, 동대부고·동대부가람고·동국대부속영석고 교장 및 교감, 교법사와 동국대 교직원, 행자들 가족 등 50여명이 동참했다.
삭발식에서 동국대 이사장 돈관 스님은 “동국대 정각원이 설립된 이래 이곳에서 소년출가자 삭발식을 봉행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며 “감동이라는 말을 자주하지만 오늘처럼 감동스런 날이 또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이어 “부처님은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부처님 법 만나기도 어려우며,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는데 여러분들은 사람으로 태어나 부처님 법을 만났고, 또 훌륭한 은사와 인연을 맺었다”며 “여러분들을 이끌어주는 은사의 가르침에 따라 훌륭한 수행자로 거듭 나길 바란다”고 했다.

돈관 스님의 법어에 이어 삭발식이 진행됐다. 출가자들은 호궤합창을 한 채 은사에게 머리를 맡겼고, 은사들은 세속의 묵은 때를 벗겨내듯 상좌들의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대중들은 합장한 채 ‘참회진언’을 독송했다.
상좌의 삭발을 끝낸 은사들은 그들의 손목에 단주를 걸어주며 사제의 인연을 맺었음을 확인했고, 상좌들은 삼배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비로소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선 이들은 “이제 삭발하여 행자의 몸이 되었으니 세상의 모든 애착을 끊고 스님의 지도를 받아 위없는 불법을 배워서 일체중생을 제도하여 불국정토를 이루겠다”고 발원했다.

삭발식 이후 기자들과 만난 행자들은 ‘MZ세대’ 특유의 톡톡 튀는 소감을 밝혔다. “청소년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면서 자유로워 보이는 스님들의 삶을 동경했어요.”(박호철)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에 가고, 직장 생활하는 그런 평범한 삶은 재미없잖아요. 남들과는 좀 다른 그런 삶을 살고 싶었어요.”(채민우) “홍대선원 ‘선연’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면서 은사이신 준환 스님의 모습을 보니, 스님의 삶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박성원) “어려서부터 성당에 다녔는데, 동대부여중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법당을 가보니 너무 편하고 좋더라고요. 불교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더 공부하고 싶었고, 출가를 해보고 싶었어요.”(최가현)
이들은 이어 “자신처럼 더 많은 청소년들이 불교에 매력을 느끼고 함께 수행자로 살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특히 최가현 행자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 곳에서 포교를 해보고 싶다”며 “그래서 군종장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이날 정각원에는 소년출가자들의 가족들도 함께 했다. 비록 ‘대자유인의 길’이라지만, 애지중지 키운 자식을 홀로 떠나보내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개운치 않았던 듯 삭발한 행자 뒤에서 눈물짓는 부모들의 모습도 보였다.
박호철 행자의 엄마 김길순 씨는 “처음 출가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생각에 만류했지만, 아이가 선택한 길을 지지해주는 것이 맞는 것 같아 동의했다”며 “열심히 수행정진해서 훌륭한 스님으로 성장해 주길 발원한다”고 했다.
동국대 정각원에서 진행된 이번 소년출가 삭발식은 단순히 네 명의 청소년이 출가한 것을 넘어 그동안 고령화와 출가자 급감으로 침체된 한국불교에 새로운 희망을 던지는 사건으로 기록될 만해 보인다. 특히 이들이 보여준 ‘새로운 길’은 한국불교가 청소년과 청년 세대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들이 출가 후에도 처음 발심이 꺾이지 않고 바른 수행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불교계 전체가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일이다. 또한 이들의 뒤를 이을 청소년들이 계속해서 불교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교육과 포교, 수행의 전통을 시대에 맞게 재정비해 나가는 일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삭발식을 마친 행자들은 출가사찰이 속한 교구본사에서 행자기본교육을 받고, 9월 8일 공주 한국불교연수원에서 진행되는 행자수계산림을 거쳐 사미계를 수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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