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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佛恩에 보답하는 것이 부모에게 보답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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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3-14 04:06 조회5,9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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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佛恩에 보답하는 것이 부모에게 보답함이라



선조 | 동학사승가대학 2학년



봄이다.


사집이 되어 맞는 봄은 종종 걸음으로 도량을 다니던 치문 때의 봄과 확실히 다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유가 생긴 것이다. 여유가 생기니 같은 글이라도 받아들여지는 감회가 작년과는 사뭇 다르다. 사집에 올라오기 전, 일 년 동안 옆에 끼고 지냈던 책이 『치문경훈緇門警訓』이다. 비록 많은 난자難字의 바다에서 헤매었으나, 그 속에서 역대 선지식들의 고구정녕한 가르침을 건진 건 참 큰 수확이었다.


그 중에서도「동산양개화상사친서洞山良价和尙辭親書」와 그 어머니의 회답은 내게 두고두고 뭉클함을 안겨주었다. 시대와 사람은 다르나 곧 나의 심정이고, 내 어머니의 심정인 것 같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伏聞諸佛이 出世에 皆托父母而受生하시고 萬類興生도 盡假天地之覆載라 故로 非父母而不生이요 無天地而不長이니 盡霑養育之恩하고 俱受覆載之德이니다 嗟夫라 一切含靈과 萬像形儀가 皆屬無常하여 未離生滅이라


삼가 듣자오니,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실 때 모두 부모를 의탁하여 생을 받으시고, 만물이 생을 발흥시킬 때도 다 하늘과 땅의 덮어주고 실어 줌을 빌렸음이라. 때문에 부모가 아니면 태어나지 못하고 하늘과 땅이 없으면 자라지 못하나니, 길러주는 은혜를 다 적시고 함께 덜어주고 실어주는 은덕을 받았나이다. 아! 일체의 생명을 간직한 존재와 갖가지 형상의 모습과 거동은 모두 무상에 속하여 나고 죽음을 여의지 못함이어라. 『치문緇門』


나는 부모님 곁을 떠나올 때 ‘출가’를 하겠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절에 가서 3년만 공부하고 오겠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저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오직 두 분께서 건강하게만 계셔주시면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공부 잘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솔직하게 말씀 드리지 못한 것은 출가에 대한 당당함이 없어서가 아니라 팔십이 넘으신 부모님, 오직 자식이 출가(세속적인)해서 한 가정을 이루어 잘 살기만을 고대하시는 분들 앞에 도저히 출가에 때한 뜻을 밝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출가한지 1년 반이 지났을 즈음에 어머니께서 “막내가 이제는 스님이 되었느냐”고 물으시기에 깜짝 놀라 “아니 어찌 아셨어요?”라고 했더니 “내 속으로 낳은 자식 내가 모르겠느냐?”라고 말씀하셨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1년에 서너 번 절에 다니시면서 귀동냥은 하셨나보다. 떠나올 때 인사를 드리는데 아버지는 인사를 받으셨지만 어머니는 극구 사양하시며 공부하는데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만 하시며 딴청을 피우셨다. 당신은 스님이 되겠다고 떠나는 자식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으셨던 것이다. 때때로 속가의 형제들이 “우리 어머니는 대단한 분이시다”라고 말하곤 했지만 어머니의 사려 깊고 강직한 성품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한번은 어머니께서 나에게 “너는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가며 네 마음 대로 사니, 내 보기에 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같은 여성으로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삶을 원치 않으셨던 것 같다.


내가 막상 불문에 들어와 보니, 어릴 적 부모님께서 들려주신 말씀들이 다 부처님 말씀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다. ‘정신을 놓지 말라, 호랑이 굴에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고 하신 말씀도 다름 아닌 ‘늘 깨어있으라’는 당부의 말씀이셨던 것이다. 때로 힘들어 지치고 나태해질 때면, 갓 출가하여 부모님의 깊은 은혜를 되새기며, 날마다 부처님께 예경 올릴 수 있음에 더없이 감사의 눈물을 흘리며 다시 몸과 마음을 다잡기도 하였다.


이 몸을 있게 해 주신 부모님이자 참 스승이셨던 분들, 이제 내가 그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은사스님께 수순하고, 정신적 어버이신 큰스님께 중노릇 잘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일체 만물을 평등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수행자가 되는 것이리라.


혜국 큰스님의 말씀처럼 부처님께 예불모시고 법당 청소하고, 도량 쓸고 운력하는 것이 도道이며, 경전 공부할 때는 그 경전을 내 것으로 만드는 것, 그날그날 내게 주어진 일을 해나가는 것이 ‘수처작주입처개진隨處作主立處皆眞(어디를 가나 주인이 된다면 서 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모두 참된 것이 된다)’이리라.


승僧이 존중받으면 불법도 존중받고, 승이 가벼우면 불법도 가벼워짐을 명심하며, 오늘도 새벽 목탁소리와 함께 내 안에 계신 부처님께 한 줄기 향 사르며 몸을 한껏 낮춘다. [월간 동학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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