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를 잡아먹는다는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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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1-08-26 09:44 조회7,7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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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를 잡아먹는다는 말에…
B스님! 맡으신 포교당의 운영은 어떻습니까? B스님이 한동안 우리 절에서 머무시다 부산으로 가신지도 4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일연.삼국유사 문화축제 준비관계로 여념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B스님, 우리 절 삽사리 아시지요? 제가 문화축제 관계로 대구에 나갔다 돌아오니, 요 삽사리가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스님도 알다시피 삽사리는 제 집에서 배변을 않고, 아침저녁으로 풀어주면 수풀 속으로 가서 일을 봅니다.
제가 대구에 나간동안 공양주보살님이 일을 보라고 줄을 풀러준 모양입니다. 그런데 줄을 풀자마자 절 해우소 뒤로 쏜살같이 가더랍니다. 이때 다리를 다친 고라니가 삽사리에게 몰려 일연학연구원 앞 논으로 몸을 피하더랍니다. 사냥본능이 발동된 삽사리는 고라니의 목을 물고, 공양주 보살님이 아무리 소리를 쳐도 놓지 않더랍니다.
그때 인근을 지나던 사하촌 마을 사람이 끈을 가져가 고라니의 목을 매고 절 앞 가로수 지지대에 묶었습니다. 제가 절에 들어온 때가 바로 고라니를 붙잡아맨 직후였습니다. 삽사리는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옛날부터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아랫마을(사하촌) 사람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것은 스님도 아시지요? 옛부터 절은 경작지를 많이 가지고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절 아래 동네에 모여든 사람들은 절 경작지를 탐 내곤 합니다.
화를 내기보다 나 자신을 추스려
“다리를 치료받게 해 살려줍시다”라고
그 사람을 달래고 설득했으면
더 좋지 않았는가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 절 아랫마을에도 농토 경작권을 가지고 마을사람들 내부에서 반목이 심했던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사하촌 사람들에게는 될 수 있으면 함부로 하지 않고 공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으면 사하촌에 도움이 되기 위해 지역발전 문제가 해당관청에서 제기되면 사하촌 입장에서 힘이 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도 했습니다.
어쨌든, 공양주보살님의 이야기를 듣고 묶인 고라니를 보러갔습니다. 고라니의 왼 뒷발의 뼈가 튀어나왔고, 도망치려는 듯 솟구치다 밧줄에 결박되어 땅에 뚝 떨어졌습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습니다.
그런데 고라니를 붙잡은 마을사람이 허리가 아파 고아서 먹는다 합니다. 고라니를…. 그 무자비한 말에 화가 솟구쳤습니다. “허가받지 않고 야생동물을 포획하면 불법입니다. 처벌 받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개가 고라니를 잡았다고, 불법을 저지른 것은 개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입니다.
전 아무런 말없이 파출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윽고 경찰이 오고, 면사무소 담당공무원이 오고, 어쨌든 고라니는 구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왜 그때 마음속에서 화를 내고 그 마을 사람에게 불법운운하며 딱딱 을러댔는지…. 고라니를 먹는다는 말에 화를 내기보다 나 자신을 한번 더 추스려 “고라니 다리를 치료받게 하여 살려줍시다”라고 그 사람을 달래고 설득했으면 더 좋지 않았는가 하는 마음입니다.
사바세계를 견디다 보면 그 누구인들 마음속에 독기가 없으랴 만은 그 독기를 뿜어내기 보다는 마음속에서 한번 더 뒹굴게 하여 자비와 사랑으로 화현케 한다면, “같은 생명을 가진 저 가여운 짐승을 살려줍시다”가 더 좋지 않았을까요?
B스님께서 현장에 계셨다면 어찌하셨겠습니까? 역시 “살려줍시다”라고 하셨을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불교신문 2740호/ 7월30일자]
B스님! 맡으신 포교당의 운영은 어떻습니까? B스님이 한동안 우리 절에서 머무시다 부산으로 가신지도 4개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일연.삼국유사 문화축제 준비관계로 여념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B스님, 우리 절 삽사리 아시지요? 제가 문화축제 관계로 대구에 나갔다 돌아오니, 요 삽사리가 일을 내고 말았습니다. 스님도 알다시피 삽사리는 제 집에서 배변을 않고, 아침저녁으로 풀어주면 수풀 속으로 가서 일을 봅니다.
제가 대구에 나간동안 공양주보살님이 일을 보라고 줄을 풀러준 모양입니다. 그런데 줄을 풀자마자 절 해우소 뒤로 쏜살같이 가더랍니다. 이때 다리를 다친 고라니가 삽사리에게 몰려 일연학연구원 앞 논으로 몸을 피하더랍니다. 사냥본능이 발동된 삽사리는 고라니의 목을 물고, 공양주 보살님이 아무리 소리를 쳐도 놓지 않더랍니다.
그때 인근을 지나던 사하촌 마을 사람이 끈을 가져가 고라니의 목을 매고 절 앞 가로수 지지대에 묶었습니다. 제가 절에 들어온 때가 바로 고라니를 붙잡아맨 직후였습니다. 삽사리는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옛날부터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아랫마을(사하촌) 사람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것은 스님도 아시지요? 옛부터 절은 경작지를 많이 가지고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절 아래 동네에 모여든 사람들은 절 경작지를 탐 내곤 합니다.
화를 내기보다 나 자신을 추스려
“다리를 치료받게 해 살려줍시다”라고
그 사람을 달래고 설득했으면
더 좋지 않았는가 하는 마음입니다
우리 절 아랫마을에도 농토 경작권을 가지고 마을사람들 내부에서 반목이 심했던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사하촌 사람들에게는 될 수 있으면 함부로 하지 않고 공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으면 사하촌에 도움이 되기 위해 지역발전 문제가 해당관청에서 제기되면 사하촌 입장에서 힘이 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도 했습니다.
어쨌든, 공양주보살님의 이야기를 듣고 묶인 고라니를 보러갔습니다. 고라니의 왼 뒷발의 뼈가 튀어나왔고, 도망치려는 듯 솟구치다 밧줄에 결박되어 땅에 뚝 떨어졌습니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습니다.
그런데 고라니를 붙잡은 마을사람이 허리가 아파 고아서 먹는다 합니다. 고라니를…. 그 무자비한 말에 화가 솟구쳤습니다. “허가받지 않고 야생동물을 포획하면 불법입니다. 처벌 받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개가 고라니를 잡았다고, 불법을 저지른 것은 개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입니다.
전 아무런 말없이 파출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윽고 경찰이 오고, 면사무소 담당공무원이 오고, 어쨌든 고라니는 구호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왜 그때 마음속에서 화를 내고 그 마을 사람에게 불법운운하며 딱딱 을러댔는지…. 고라니를 먹는다는 말에 화를 내기보다 나 자신을 한번 더 추스려 “고라니 다리를 치료받게 하여 살려줍시다”라고 그 사람을 달래고 설득했으면 더 좋지 않았는가 하는 마음입니다.
사바세계를 견디다 보면 그 누구인들 마음속에 독기가 없으랴 만은 그 독기를 뿜어내기 보다는 마음속에서 한번 더 뒹굴게 하여 자비와 사랑으로 화현케 한다면, “같은 생명을 가진 저 가여운 짐승을 살려줍시다”가 더 좋지 않았을까요?
B스님께서 현장에 계셨다면 어찌하셨겠습니까? 역시 “살려줍시다”라고 하셨을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불교신문 2740호/ 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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